2023. 6. 29.
1998년 3월 2일 오전 12시 20분, 경기도 부천시 도당동에 위치한 한 비디오 가게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이에 신고를 받은 119 소방대원은 가게 셔텨문의 잠금 장치를 부수고 내부로 진입해 화재를 진화했다. 가게 내부에는 시체 하나가 있었는데, 비디오 가게 주인인 39살 김연택이었다. 소방대원들은 김연택이 화재를 피하지 못 해 사망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체는 화재 현장에서 나올 수 없는 모습이었다. 시체는 미디어물에 등장하는 미라처럼 온 몸을 붕대와 박스 테이프로 칭칭 감아진 모습이었고, 둔기로 난타당한 듯이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또한 머리에는 이불과 비닐 봉지, 눈만 보이는 두건으로 감싸져 있는 상태였다. 이에 경찰 현장감식반이 출동해 분석한 결과, 두개골 함몰과 전신 다발성 골절 등으로 보아 무수히 구타당해 살해당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수사를 진행하던 도중, 경찰은 김연택이 생명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는데, 머리에 상해를 입으면 8,000만원, 사망할 경우 4억원을 수령할 수 있었다. 이에 경찰은 보험 사기를 의심해 김연택의 아내를 유력한 용의자로 수사를 진행했으나, 범행 당시 알리바이가 확실했으며, 결정적으로 아내는 남편이 생명 보험을 가입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금품을 노린 강도살인이라 생각하기에는 굳이 시간을 들여 김연택의 온 몸을 감싼 채 구타를 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고, 고문을 했다고 하기에는 고문을 하는 동안 주변에서 아무런 소리를 듣지 못해 사건 해결에 어려움을 겪었다. 더욱이 화재 진압을 하면서 물이 뿌려진 탓에, 족적이나 지문 등 범인을 유추할 수 있는 증거들이 남지 않아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듯 했다.
경찰은 용의자의 범위를 더 넓혀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를 확장해 나갔다. 그러던 중 김연택의 집 옥탑방에 거주하던 26살 임성필을 용의자로 잡아 수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임성필이 비디오 가게 주인 김연택의 고향 후배로, 사건 발생 몇 년 전부터 비디오 가게 일을 도울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임성필은 사건 발생 당시 혼자 잠을 자고 있었다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당시 CCTV나 블랙박스 등 증거로 삼을 만한 촬영 수단이 전무한 시기였으니 물증은 없었으나, 수사 진행 중 김연택의 부인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태도와 김연택을 비난하는 어감을 보여 형사들이 수상하게 여겼다.
부천중부경찰서는 김연택의 아내가 임성필과 불륜 사이며, 보험금을 노린 공범 형태의 청부 살인이라고 추측해 임성필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형사는 아무런 말 없이 임성필을 쳐다보다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왜 그랬어?"라는 단 한마디를 던졌고, 갑자기 임성필은 해당 사건은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며 자백했다. 때마침 임성필이 거주하고 있는 옥탑방을 압수수색한 결과 거실, 주방, 침실 등 김연택 부부의 일거수일투족이 임성필이 몰래 설치한 CCTV를 통해 송출되고 있었다. 임성필은 CCTV를 통해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김연택의 아내와 가까워지게 되었고, 불륜 관계로 이어지게 되었다. 경찰은 자신들의 추측이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임성필은 자신이 김연택을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김연택을 구타한 것은 맞으나, 김연택이 생명보험 보상금을 타기 위해 머리 한 대를 상호 합의 하에 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성필의 주장에 따르면 사건 발생 3일 전, 김연택이 자신을 부른 후, 김연택의 생활고로 인해 보험사기를 계획했다. 머리에 상해를 입히되 장애가 발생하면 안 되고, 보험사기가 성공해 보험금을 받는다면 보험금의 1/3을 임성필에게 사례금으로 주기로 했다며 구체적으로 주장했다. 또한 두 사람간의 증거로 남기자며 모든 과정을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몸을 박스 테이프로 칭칭 감은 이유는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방어할까봐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 감았으며, 무의식 중에 김연택이 머리를 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이불로 머리를 덮었고, 혈흔이 남는 것을 막기 위해 두건과 비닐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임성필의 주장을 통해 김연택이 죽은 모습을 설명할 수는 있었으나, 합의 내용대로 머리를 당구 큐대로 한 대 친 후 기억이 없다고 진술해 경찰의 의심을 샀다. 설령 머리를 잘못 쳐 사망해 두려운 나머지 도주를 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온 몸에 발생한 상처와 다발성 골절이 발생한 점을 설명할 수 없었다. 마침 경찰은 임성필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해 김연택과 임성필이 범행을 저지른 촬영 영상을 찾아내었다. 이에 임성필을 믿을 수 없었던 경찰은 자백이 정말인지 아닌지 비디오 테이프를 재생했다.
사건 발생 일자는 1998년 3월 1일 밤이었다. 김연택과 임성필은 비디오 카메라와 붕대, 테이프 등을 챙긴 후 서로의 계약 내용을 확인한 후 비디오 카메라로 녹화를 시작한 뒤 범행을 진행했다. 임성필이 김연택을 결박하는 장면도 나왔고, 임성필이 "조금만 참아요, 아프지 않게 빨리 끝낼 테니 걱정 마세요."라며 김연택을 진정시키고 김연택이 "숨 막혀 죽겠어!"라며 투덜대는 장면까지 녹화되었다. 이후 "형님, 시작하겠습니다."라며 임성필이 정중히 말한 후 당구 큐대로 김연택의 머리를 내리쳤다. 여기까지 보면 김연택과 작당한 보험사기극이 확실했다. 머리를 친 임성필은 화면 밖으로 잠시 사라진 이후 다시 돌아왔는데, 갑자기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내가 누군 줄 아느냐? 난 '쉐도우'다! 내 나이가 몇인 줄 아느냐? 난 3,000살 먹은 악마다! 너 같은 놈이 이해하지 못 할 위대한, 수천 년 전부터 널 응징하기 위해 기다렸다! 비밀을 지키라니까 비밀을 누설해? 우리 쉐도우 클럽은 비밀을 누설하면 가만 두지 않아! 죽어 이 XX야!! 너 같은 놈은 살 필요가 없어! 너 같은 놈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한민국에 나 같은 고아가 태어나! 널 죽이려고 왔으니깐! 너 내가 왜 쉐도우 인줄 알아?! 너 같이 마누라 고생시키는 놈들 죽이러 온 사람이야! 너 지금 내 나이가 몇살인줄 알아? 나 자그마치 120살 먹은 악마야!!
임성필은 정중한 이전의 말투가 아니라 싸늘하고, 매우 빠른 어투와 반말조로 욕설을 쏘아붙이며 벽돌로 김연택을 마구 내리쳤다. 고통을 참지 못한 김연택이 그만 하라며 중단할 것을 요구하지만, 계속해서 잔인하고 폭력적인 발언을 이어가며 김연택의 머리를 벽돌로 마구 내리쳐 김연택을 살해했다. 증거로 남기기 위해 촬영한 비디오는 그야말로 '살인 비디오'가 되어버렸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경찰은 녹화된 비디오를 임성필에게 보여줬다. 임성필은 큐대로 머리를 한 대 치는 장면까지는 자신이 한 행동이 맞다며 이상 행동을 보이지 않았으나, 욕설을 하며 벽돌로 김연택을 내리 치는 장면이 나오자, 전혀 기억하지 못 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임성필을 두고 정신과 의사들은 망상장애나 조현병을 주장하거나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주장하는 등 엇갈리는 의견을 내놓았다. 심지어는 악령에 빙의된 것 같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법원에서는 정신적 질환이 없다고 판단했으며 김연택을 살해하기 위해 일을 꾸민 후, 이를 실행했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며 현재까지도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