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5일 갑자기 박은선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한국여자축구연맹 측에 따르면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 구단 감독이 “박은선이 내년 WK리그에서 출전할 수 없도록 하는 데 결의했다”고 10월 말 통보했다고 한다. 박은선을 계속 출전시킬 경우 리그 참여를 거부하며, 일명 보이콧을 하겠다는 게 이들 구단의 입장이다.
이들이 걸고 넘어진 것은 또다시 박은선의 성별 문제.
이들이 내세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박은선이 남자 못지않은 월등한 피지컬을 지녔기 때문에 박은선을 상대하는 자신들의 팀 선수들이 적잖은 부상 위협에 시달린다는 것인데 축구팬들의 반응은 이뭐병...
축구가 체급이 있는 스포츠도 아니고, 더티 플레이나 반칙이 아닌 이상 본인의 실력과 피지컬이 월등하다는 이유로 선수를 퇴출해야 한다는 논리는 당연히 말이 안 된다. 우수한 신체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 더 좋은 성적을 얻어가는 것은 스포츠의 본질 그 자체다. 그런데 우수한 신체적 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 선수를 배제시키겠다고?? 이는 스포츠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스포츠의 본질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여자 배구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김희진은 박은선보다 더 뛰어난 185cm, 80kg을 피지컬을 갖고 있다. 옆동네 여자 농구로 시선을 돌려봐도 박은선을 뛰어넘는 피지컬의 소유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체격 때문에 성별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그냥 개소리다.
수 년간 실업 무대와 국가대표를 경험한 박은선에게 이제 와서 태클을 건다는 것은 순전히 박은선과 서울시청의 발목을 잡으려는 심보일 뿐이다. 당연히 구단 측은 선수의 인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결코 가볍게 넘어가지 않겠다며 노발대발했다. 박은선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03년 FIFA 여자 월드컵과 올림픽 예선등 국제대회에 나갈 때 이미 수 차례 검사를 받았고 그 당시에도 수치심을 느꼈는데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가족들 심정이 어떨지는 생각해봤냐며 분노와 참담함을 털어놓았다. "예전 같으면 안 하면 되지하고 욕을 하고 말겠지만 어떻게 만든 나 자신인데 얼마나 노력해서 얻은 건데 더는 포기를 안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메시, 호날두는 외계인 아니냐고 문제제기할 양반들이네?" 라면서 황당하다는 비난부터 "선수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다"라며 "절대로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한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여자 축구계가 발칵 뒤집어졌고, 문제를 제기한 6구단 감독들은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한국여자축구연맹 측과 수원시시설관리공단의 이성균 감독은 "퇴출을 논의한 적은 있지만 보이콧이나 선수 퇴출을 공식적으로 실행할 계획은 아니었다"며 공식적으로 구단에 요청한 일이 아닌데 확대해석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변명했다. 인터뷰에서 성 정체성에 태클을 걸었는지 여부를 묻자 "술자리에서 감독들끼리 한 농담에 불과하다"라고 어물쩡 넘어가려고 했기 때문에 더더욱 욕을 먹는 중이다.
한국여자축구연맹 역시 사적인 자리에서 한 농담일 뿐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으나, 박은선의 소속팀인 서울시청의 서정호 감독은 "이렇게 사태가 확산될 때까지 자신에겐 한 마디 이야기도 없었으면서, 사람 죽여놓고도 농담이라고 할 거냐?" 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사태로 온 축구판의 분노와 어그로가 몰리면서 서울시장 박원순도 트위터를 통해 선수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민주당의 전병헌 원내대표는 "조직적으로 특정 선수를 향해 헌법상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인간적 상처를 입히고 있다"라고 꼬집어서 비판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축협에 공문을 보내 진상조사에 나섰다. 여기에 축구팬들의 서명운동까지 전개되는 등 난리가 난 상황. 이에 6개 구단은 우린 박은선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앞다투어 발뺌이나 했다.
결정적으로, 박은선 출전 여부에 따른 보의콧 결의를 한국여자축구연맹에 공식적으로 접수한 문서가 발견되면서 "사석에서 한 농담에 불과했다"던 6개 구단 감독들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수원도시공사 이성균 감독이 책임지고 사퇴했지만 여전히 여론은 들끓고 박은선 측에서도 이를 갈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이전의 아프리카의 어느 여자 육상선수와 유사한 모습이다. 결과적으로는 인터섹스로 염색체가 XY이지만 표현형이 여성으로 태어난 경우는 출전할 수 있고, 남성호르몬이 자연적으로 많은 여성은 수치가 어느 수준을 초과한 경우 치료를 받아야만 출전할 수 있도록 IOC 규칙이 개정되었다.
FIFA는 2011년 6월 '호르몬 수치가 남성들보다 높을 경우' 출전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그 수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선의 남성호르몬 수치를 검사해야 한다고는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설령 박은선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남성들보다 높아서 출전을 제한해야 한다고 해도 박은선은 엄연한 여성이기 때문에 "여자가 맞는지 검사해야 한다"는 6개 구단 감독들의 주장은 빼도 박도 못 할 성적인 모욕이라는 것이다.
결국 BBC에까지 보도되고 말았다. 이쯤 되면 나라 망신이 따로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2월 성희롱으로 결론을 내렸고, 5월 중순 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감독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당시 6개 구단 감독들은
충북 스포츠토토 : 손종석
전북 KSPO : 강재순
인천 현대제철 : 최인철
부산 상무 : 이미연
고양 대교 : 유동관
수원시시설관리공단 : 이성균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자 이성균, 유동관 감독은 사의를 표명했고, 나머지 4명의 감독들에 대한 연맹의 징계는 고작 엄중경고로 끝났다. 특히나 이미연 감독은 여성 지도자로서 박은선의 고충을 충분히 예상하였을 법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논란에 가담해 충격을 주었다.
논란이 불거진 당시 사퇴한 2명과 2018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며 물러난 최인철, 2019시즌 종료 후 사임한 손종석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은 2020년 현재도 여전히 감독직을 수행하는 중이다. 더구나 박은선의 최근 소속팀 구미 스포츠토토 감독이 당시 논란의 감독 중 한 명이었던 손종석이라는 것은 더더욱 아이러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