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자사의 전기차 플랫폼인 E-GMP 플랫폼을 처음 공개했을 때 주행거리가 WLTP 기준 500km에 달한다는 보도 자료를 내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였기에 E-GMP를 채택한 첫 전기차인 아이오닉5 역시 주행거리가 500km 수준일 거라는 언론 보도가 많았고, 이를 보고 그대로 믿은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아이오닉5가 정식 공개되고 사전 예약을 받을 때 현대가 제시한 예상 주행거리는 410-430km에 불과했고, 주행거리가 가장 긴 롱레인지 RWD 19인치 휠 모델의 주행거리는 429km, 20인치 휠 모델의 주행거리는 401km, AWD 19인치 휠 모델의 주행거리는 390km, 20인치 휠 모델의 주행거리는 370km로 발표되어 실망감을 주었다. 이렇게 되면 스탠다드 모델은 2~300km대의 주행거리를 갖게 되는 것이 확정적이며, 이는 현대가 홍보했던 500km 주행거리와는 크게 동떨어진 수준이다. 게다가 이 수치들은 상온에서 측정된 것으로,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전기차의 특성을 감안하면 복합 주행거리는 이보다 더 짧아지게 된다.
문제의 원인은 애초에 현대가 WLTP기준 주행거리를 보도 자료에 사용한 것에 있다. WLTP는 유럽에서 사용하는 기준으로, 한국의 운행 환경을 고려해서 설계된 한국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는 WLTP에 비해 많게는 20%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현대가 한국 기업이며, 한국 시장에 처음으로 아이오닉5를 내놓을 예정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WLTP 기준 주행거리를 인용한 것은 사용한 것은 일종의 소비자 기만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현대에서 WLTP기준으로 발표를 한건 국내한정 런칭이 아닌 글로벌 런칭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인 WLTP 기준으로 이야기 할수 밖에 없다. 이 방법은 유럽과 최근에는 일본에도 쓰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거기다가 국내의 연비 규정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수치가 안나오는 기준이라 글로벌 런칭을 하는 상황에선 WLTP기준으로 이야기 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WLTP 기준으로도 주행거리가 짧아서 문제이기는 하다. 일각에선 보도 자료에도 주행거리를 500km로 명시했다고 하지만 그건 E-GMP플랫폼을 말한거지 아이오닉5가 500km를 간다고 하진 않았다. 또한 환경부 및 유럽국가들의 보조금 제한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데, 제네시스 G80에 들어간 80대의 배터리를 적용하려 했으나 환경부 보조금 정책 발표로 6000이하로 낮추기 위해 가장 값이 많이 나가는 배터리용량을 줄였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롱레인지 기준 국내 인증 주행거리가 528km인 테슬라 모델 3와 전비 비교를 하기도 하지만 테슬라 모델 3의 경우는 세단형 차체이기 때문에 CUV 차체를 가진 아이오닉 5와 단순히 배터리 용량만 비슷하다고 비교하는건 오산이다. CUV 자체가 대체적으로 세단형보다 공기저항계수도 떨어지고 무게도 증가하기 때문에 연비 또는 주행거리의 하락은 어느메이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타이어 사이즈 자체도 모델 3의 경우 235에 20인치가 최대 사이즈지만 아이오닉 5는 같은 20인치여도 255사이즈이다. 즉 연비면에선 차량의 성격상 두차를 비교를 하는건 맞지 않다. 비교를 할려면 테슬라 모델 Y가 합당하나 이 경우는 배터리 사이즈가 82~83kw의 수준이고 가격차이도 꽤 나서 이 또한 비교가 애매하다. 게다가 차량 크기 차이도 커서 차급자체도 다르다. 오히려 테슬라 세단형 전기차와 비교될 현대 전기차는 내년 출시 예정인 컨셉카 프로페시의 양산형인 아이오닉 6가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리라 본다. 아이오닉 5와 가장 비교가 많이 될 차는 폭스바겐의 폭스바겐 ID.4가 가장 비교가 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21년을 기준으로 전기차의 차종이 제한적이라 선택 가능한 옵션이 적은 데다, 가격대가 비슷해서 아이오닉5와 모델3 사이에서 고민하는 예비 차주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아이오닉5를 예약했다가 예상보다 짧은 주행거리와 불확실한 인도 일정 때문에 구입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아이오닉5 가격 수준의 예산을 고수한다면 모델Y로 갈아타기는 어렵고,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전기차 중에 비슷한 가격대에서 고를 수 있는 대안은 모델3 말고는 없다. 기존의 차량 분류 방식으로는 아이오닉5와 모델3는 경쟁 관계가 아니지만, 전기차 시장의 현실을 고려하면 경쟁 대상으로 볼 수도 있다.
한 유튜버의 측정 결과 고속 주행시 2륜 롱레인지 20인치 휠 장착 모델의 고속 주행시 360 km의 측정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유튜버도 말했듯 회생제동도 끄고 스포츠모드, 노말모드를 번갈아가며 에어컨까지 키고 주행했기 떼문에 연비가 낮아질수 밖에 없었고 동일 옵션 모델을 측정한 다른 유튜버의 경우 전기차답게 주행시 4륜모델로 무려 실주행거리 478km을 가는것을 보여주었다. 더불어서 e-pit고속 충전기 역시 다른 차량과 충전시에는 느려지는 현상또한 발견되었다고 하지만 그건 테슬라 슈퍼차처를 포함한 대부분의 급속충전기도 마찬가지라 현대만의 단점은 아니다.
생산 차질
현대가 전기차로 차량 라인업을 갈아 엎을 조짐을 보이자 인력 감축을 우려하는 노조와의 마찰로 아이오닉 5의 생산 일정이 한 차례 밀린 데 이어, 2021년 1분기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물량 부족 사태 때문에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울산 공장의 가동이 4월 7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중단되는 악재가 터졌다. 반도체 부족은 거의 모든 완성차 업체가 겪고 있는 문제이며, 단기적인 해결책이 없는 상태라 이후에도 한동안 현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오닉 5의 모터를 생산하는 현대모비스의 설비에 문제가 발생해서 계획된 물량을 공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악재가 겹치자 아이오닉 5의 고객 인도가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벌써 테슬라가 보조금 대부분을 가져갔다는 기사도 뜨며 사전예약자들 마저 보조금을 못 받는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반도체 수급 문제가 심각한지 아예 옵션을 빼면 빨리 출고해준다고 안내를 할 지경인데, 옵션 빼면 시체인 자동차라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면 정말 테슬라가 보조금을 다 가져가는 참사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