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30.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총여학생회는 2018년도부터 4년 연속 총여학생회장이 궐위 상태에 있는 등 정상적인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 2020년 11월, 53대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가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 존폐 및 재편에 관한 공론장을 형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출마해 당선되었으며 총학생회 임기 중 실제로 이를 추진하였다.
2021년 8월 10일, 경희대 서울캠퍼스 총여학생회 해산 투표에 대한 유권자를 여학생으로 한정하는 안이 확운위에서 발의되었다. 이 날 서울캠 확대운영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은 부결되었으나, 9월 7일 회의에서 여학우 투표안이 가결되었다.
9월 7일에 발의된 안건과 8월 10일에 있었던 안건이 다른 점은 단서조항으로 투표율이 50%가 안 넘을 시 여학우들의 자치권 행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고 총여학생회를 학생 회칙에서 삭제하는 안건으로 학생 총투표를 상정한다는 게 붙었다. 해당 단서조항이 붙자 확대운영위원회에서 재적인원 133명 중 101명 출석, 75명 찬성, 반대 2명, 기권 24명으로 의결이 이뤄졌다.
이러한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의 결정은 다른 학교의 총여 폐지 투표에서 남녀 학생 모두를 유권자로 했던 것과 대조된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모든 학생의 등록금 및 자치회비가 총여에도 지원된다며 이러한 결정에 반발하였다. 반발하는 측에서는 남학생과 여학생은 총여에 똑같은 재원의 부담을 지므로, 누구나 투표권을 가질 수 있고, 이에 대한 별도의 간담회를 가지는 것은,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참여율을 낮추는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는 학생들의 태도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부 제시됐다. 실제로 총학생회는 확대운영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기 전 비대면 온라인 공개 간담회 2회 개최, 구글폼 등을 통한 의견 수렴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정작 학생들의 참여도가 저조했다. 실제로 에브리타임에서는 남녀 총투표를 주장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왔지만 정작 1차 간담회 당시 남녀 총투표를 주장한 학생은 2명에 불과했고 2차 간담회에서는 남녀 총투표를 아무도 주장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남우석 회장은 "물론 총여라는 기구가 성별로 갈리긴 하지만, 총여의 재원이 어디서 오느냐가 곧바로 투표권의 문제로 이어질 순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투표율이 저조하자, 투표 안내 카드뉴스 영어 및 중국어 번역본을 공식 SNS에 게시하였다. 영어본 중국어본 그럼에도 투표율이 50%에 미달하자 선거시행세칙에 따라 최대 2일 동안 투표를 연장했다.
9월 27일까지 기간을 연장하여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여학우 중 50.42%인 4,224명이 투표하여 개표 요건을 충족했다.
개표 결과 찬성 2,680명(63.45%), 반대 1,544명(36.55%)으로 가결되면서 총여학생회 폐지가 확정되었다.
회칙에 의한 결정이긴 했으나 투표율이 미달되자 2차례에 걸쳐 투표 기간을 연장한 것, 무엇보다 여학생만 투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비판을 받았다. 총여 지지 및 해산 반대하는 주 세력이 여학생임이 뻔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과반 투표율을 넘겨 총여를 존속시키려 한다는 예측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학생회 중운위는 이전에 "중앙운영위원회 위원 모두가 '지금의 총여학생회는 해산되는 것이 적절하다'라는 최소한의 합치된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즉 총학생회는 총여 해산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에서 기타 자치권 보장 등을 이유로 여학생 투표라는 방식을 선택했고, 이를 확운위에서 의결받아 총투표를 진행한 것이라는 입장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커뮤니티 등의 예측과는 달리 총여 해산 찬성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오면서, 여학생들만의 힘으로 총여를 자진 해산했다는 상당히 의미있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총학생회 중운위가 총여 해산을 염두에 두고 투표 이전에 발표한 입장문의 내용처럼 성폭력 대응, 인권 의제 등을 담당할 대안기구 설립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투표 참여율이 50%에 근접하였던 당시, 반페미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여성들을 비난하는 글이 줄을 이었고 반대인 페미 성향 커뮤니티에서도 섣불리 승리를 자축하며 남성들을 조롱했다. 물론 총여 폐지로 결론이 난 후에도 양측 커뮤니티의 태도는 개선되지 않아 페미 진영은 총여 폐지에 찬성한 여학생들을 흉자라며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초에 총여 존치를 찬성하냐, 반대하냐의 문제를 오로지 페미니즘으로만 바라보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경희대 총여는 지난 4년동안 아무도 출마하지 않아 비어있는 궐위 상태였다는 점, 그래서 여학생들도 실질적으로 운영 가능한 대안기구를 원했을수도 있다는 점이 완벽하게 빠진채 그저 총여 존치를 찬성하며 무조건 페미니스트, 폐지를 원하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단정 짓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이미 잘못된 것이다. 다만 페미니스트 측에서는 총여의 정상화가 가장 이상적인 방향인 만큼 찬성표는 거의 페미니스트들의 표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부에서는 서정범 교수 무고 사건의 가해 당사자들인 경희대 여학생회가 폐지되자 서정범 교수를 추모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기권만 해도 총여에 타격이 될 수 있음에도 굳이 여학생들이 투표를 참여해 찬성 의사를 표명한 데에는 이 사건에 대한 반감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반응이 나왔는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수명을 다한 조직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며, 마찬가지로 여성가족부도 사라져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총여학생회 해산 투표 이후 총학은 총여를 대체할 대안기구의 출범을 준비할 TF팀을 모집하는 게시물을 게시하였다. 총여 해산 찬성 측에서는 총학 측이 총여학생회를 폐지하는 대신 총여학생회의 역할을 상당부분 물려받을 대안기구의 설립 TF팀을 만듬으로써, 사실상 학생투표 결과를 사문화하고 총여 해산 찬성 측을 기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산 찬성 측은 학생들이 투표를 통해 드러낸 의사를 총학 측이 무시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총학 중운위가 대안기구 설립 추진 의사를 사전에 밝힌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계획이 학생들에게 잘 공지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기에 해산 찬성 측은 대안기구 설립 계획에 비판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총학 중운위는 이미 이전에 총여학생회 해산 투표 결과가 해산으로 결정된다면 대학 내 혐오와 차별, 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기구의 신설을 2021년 이내에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8/5 총학 게시물 투표결과를 무효화하기 위해 급히 TF팀을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총여 해산 -> 대안기구 설립 준비' 라는 원래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 임시변통으로 실행하는 정책이 아니다.
비판 문단에서 대안기구 신설 약속이 잘 홍보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장문이 게시되었으며, 총학 측의 대안기구 신설 관련 내용은 간담회, 확운위, 언론보도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다루어졌다. 학생들에게 관련 내용이 충분히 숙지되지 않았다는 근거는 전무하며,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홍보나 학생자치의 무관심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이지 홍보를 대안기구 신설 자체의 정당성을 공격하는 소재로 삼는 것은 부당한 비판이다.
또한 교내의 절차로 인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구성되는 성폭력대책위원회의 학생위원으로서 그동안 총여학생회장, 총여학생회 추천 1인, 총학생회 추천 1인,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추천 1인이 포함되어 왔는데, 이 공석을 대체할 인원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