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결산상장법인의 소유자(즉 주주)는 619만명, 이 중 개인투자자는 약 611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론 이들의 대다수는 4-50대이나, 언론에 의하면 최근 주식 투자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세대는 2-30대이다. 놀랍지 않다. 3년 전 비트코인 열풍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년층에 관심이 많은 진보매체답게 경향에서 청년층 주식투자 열풍에 관한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자체는 좋은 편이며, 특히 분석을 위해 인용한 전문가들의 멘트는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청년층의 관점이 어떻게 왜곡돼 있는지를 아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연세대 문화학과 박사과정에서 금융자본주의를 연구하는 박준영씨(40)는 “평균 5% 이내 사람들이 주식투자로 성공한다고 볼 때, 청년들은 그 낮은 확률을 ‘좋은 직장’에 취업할 확률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도 표현했다.」
틀렸다. 주식투자로 성공하는 사람들은 0.05% 에도 미치지 못한다. 위를 다시 살펴 보면 대한민국 개인투자자는 611만명인데 이 중 대기업 대주주를 제외하고서라도 600만명은 충분히 넘을 것이다. 이 중 5%는 30만명이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소위 슈퍼개미로 불리는 사람들은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예탁원 통계에 의하면 대한민국에서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코호트는 서울 강남 거주 50대이다. ‘주식으로 성공한다’ 가 아니라, ‘성공한 사람이 주식도 많이 한다’ 가 현실인 것이다.
「한국의 금융투자 문화를 연구하는 이승철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40)는 “엄청난 대박을 꿈꾼다기보다는 남들에게 갑질 당하지 않고 사는 정도의 자유”로 설명한다.」
틀렸다. 사실 틀렸다기보다는 너무나 나이브하다. ‘남들에게 갑질 당하지 않고 사는 정도의 자유’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엄청난 대박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해당 멘트를 하신 분과 같이 교수라는 직업의 보유자는 또 모르겠다.) 애시당초 주택이 자가가 아니라면 평생 집주인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사실 우리는 사회 현상을 분석할 때 기저의 순수한 욕망 자체를 무엇인가 고귀한 언어로 갈음하려는 경향성이 있는데,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다들 대박 노리는 것 맞다. 장기투자로 재테크를 하려는 사람들은 이 시장에서 정말 귀중한 존재다.
「홍기빈 전환사회연구소 공동대표는 “노동시장에는 이른바 ‘엄마·아빠 찬스’가 있고, 안 좋은 대학교를 나오면 패자부활전도 주어지지 않는다”며 “청년들에게 투자는 아무런 배경이 없어도 최고가 될 수 있는 게임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뒷 문장이 틀렸는데, 이는 홍기빈 선생님 견해가 아니라 청년층의 생각을 말씀하신 것이므로 청년층의 생각이 틀렸다고 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도 엄찬, 아찬 다 있고 외려 취업시장보다 더 심하다. 워런 버핏도 친척들에게 투자받은 자금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지금은 세계 최고의 투자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바닥에 패자부활전은 있는가? 아니다. 대박을 거둘 것이라 믿고 미수 몰빵 쳤다가 하한가 맞는 순간 패자부활전은 커녕 그저 패자가 될 뿐이다. 기본적으로 청년층은 강남 50대와는 축적 자본이 다르므로 빚의 유혹에 빠지기 누구보다 쉽다. 빚 내면 누가 죽습니까? 니가 죽습니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를 하는가?>라는 서울대 인류학과 석사 졸업논문으로 투자자들 사이에 이름이 알려진 김수현씨(26)는 “주식시장의 구조적 모순이나 불평등에 저항하기보다는, 이를 잘 간파하고 어떻게 이용할지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러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가 있다. “투자는 자기 책임이다” 라는 이야기이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그저 옳기만 할 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주식으로 수익을 거두면 본인이 공부한 대가를 수취한다고 생각하지만, 손실이 나면 이는 남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주식 관련 정보를 접할 기회가 넓어지면서 오히려 이 같은 경향은 심해졌다.
김수현 씨의 저 말은 현실을 정확하게 꿰뚫었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에서의 초과성과라는 것은 상당 부분이 정보비대칭, 즉 ‘불평등’ 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청년층이 만약 주식시장이 정녕 공정하다고 생각했다면 불평등의 이용으로 먹고 사는 시장에 투신할 이유가 없다.
주식시장은 공정한가? 아니다. 그리고 청년층은 주식시장이 공정하다고 딱히 생각하지도 않는다. 청년층이 주식시장이 공정하다고 생각해서 투자를 한다고 믿는 분들은 로또를 사는 사람도 로또의 당첨 확률이 1/n 으로 공정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보인다고 생각하셔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잖은가.
청년층의 주식 투자가 급증한 이유는 그 시장이 특별히 공정해서가 아니라 정보 제공자의 증가로 인해 과거보다 주식이라는 투자 수단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금융투자 관련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금융 정보에 대한 리터러시 훈련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모두들 엉뚱한 변죽만 울린다. 물론 이해는 한다. 공정이 가장 유행인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도 해외 주식 유튜버를 하는 시대에 사실상 이러한 이야기들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다. 그러나 세 가지 사실은 반드시 우리가 직시해야 한다. 금융시장은 정보의 불평등 그 자체이며, 다들 일확천금을 생각하는 것이 맞고, 투자는 자신의 책임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