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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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유행


엽기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열풍을 일으킨,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문화 코드. 간단히 말하자면 이상한 합성 사진을 만들어놓고, 뭐든지 '엽기' 라고 딱지를 붙이면서 노는 행위를 의미한다. 어찌 보면 괴상한 것을 찾아닌다는 원래 의미에 가까워진 셈이며, 포토샵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최초 진원지는 딴지일보라고는 하지만 그 이전에도 이런저런 인터넷 동호회 등지에서 이따금 보이고 있었다. 다만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계기를 제공한 것이 딴지일보라고 하면 맞는 말일 듯하다. 한참 유행할 때는 그야말로 뭐든지 눈에 띄면 "엽기"라고 불렸으며 오타쿠 문화도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마음의 상처를 받은 오타쿠들이 적지는 않다는 듯.



2000년에는 한 해의 트렌드로 완벽히 자리잡으면서 KTF의 휴대폰 서비스 브랜드 '나' 를 비롯해 하이홈 등의 CF들이 달동네 복고풍 컨셉으로 무장하며 엽기 문화를 주도해 나갔다. 그 전인 1997년 외환위기 때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서 IMF 돼지갈비, IMF 활어회 등의 상호가 남발되기도 했다.

엽기 코리아, 엽기즌 등 엽기를 표방하는 온갖 사이트가 범람한 것도 이로 인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가요계에서는 당시 유행이었던 테크노와 뽕짝의 이질적인 장르들을 파격적으로 결합한 가수 이박사가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상당한 인기를 얻었으며, 2001년에는 가수 싸이가 외모와 남성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민소매 의상에, 파격적인 가사와 무대 퍼포먼스로 엽기 트렌드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며 큰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2001년 개봉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나 히트곡 '잘가', '김밥' 등에서 톡톡 튀는 가사와 안무를 보여준 가수 자두, 엽기송 등의 플래시도 이러한 흐름과 관련이 있었다.

인터넷 방송인 중에서도 이런 엽기적인 컨셉의 BJ들이 많은데, 그 시초는 진워렌버핏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한층 시들해졌고, 2010년대에 와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가 되었다. 그 대신 병맛과 빌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