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빠꾸 그 자체였던 90년대 방송
본문 바로가기

사건.사회.정치.역사.인물

노빠꾸 그 자체였던 90년대 방송

 

1993년 6월 14일 오후 4시경 서울 송파구 한강공원 부근의 잠실선착장에서 미도영화사가 제작하는 영화 <남자 위에 여자(고영남 감독)>의 첫 장면인 선상 결혼식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당시 주연이었던 변영훈과 영화사 관계자, KBS 연예가 중계 촬영팀이 헬기에 탑승한 후 이륙하였고 선착장 부근에서는 상대 주연이었던 황신혜가 촬영을 위해 대기 중이었다.

이날 오후 3시 50분경 잠실 헬리패드를 이륙한 헬기는 10분 가량 한강 50여 m 상공에서 두 차례 선회하며 선상 결혼식 장면을 촬영했다.

오후 4시경 촬영감독인 손현채가 기장 최정조에게 '앵글이 잘 안 잡힌다'며 '근접촬영을 위해 고도를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최정조는 헬기고도를 수면으로부터 10여 m 떨어진 곳까지 낮추었고 이때 헬기가 기우뚱거리면서 수면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최정조 기장, KBS 카메라맨 백순모, 촬영감독 손현채, 촬영보조 김종만, 선경건설(現 SK에코플랜트) 직원 김성준(총 5명)은 현장에서 즉사했다. 미도영화사 사장 이상언과 영화배우 변영훈은 구조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씨는 이송 4시간만에 사망했고 변영훈은 뇌사 상태에 빠져 75일만에 세상을 떠났다.

유일한 생존자인 KBS 김일환 PD는 헬기 안에서 허우적거리다 깨진 창문으로 빠져나와 기체 위로 올라가 목숨을 건졌다. 선착장에 있던 세모유람선 소속 구조요원들이 그를 구출했다.

추락한 헬기는 사고 다음날 인양되었다. 당연하지만 영화는 제작이 영원히 중단되었다. 감독인 고영남도 충격을 받아 한동안 요양을 가야 했다고 한다.

사고 헬기는 미국의 시코르스키 사의 S-76 기종으로, 1977년 비행을 시작하였으며 1990년부터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이 운행하고 있었다. 최종현 당시 SK그룹 회장이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정원을 초과하여 탑승한데다 반드시 탑승해야 할 부기장 이용운이 탑승하지 않았으며 기장 최정조는 조종석에 촬영감독인 손현채를 앉히고 부조종석에서 헬기를 조종하는 바람에 사고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 촬영감독의 요구로 기장이 안전고도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하강비행을 하다가 결국 추락하고 말았다. 당시 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항공기 전반에 검사를 실시했는데 기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당시 추락 지점에서 불과 50여 m 앞에 한강 순찰대 본대가 있었으며 순찰대원들은 추락장면을 목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작업이 늦게 이뤄져 결국 스스로 탈출한 김일환 PD를 제외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게 되는 비극을 낳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