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안되는 강제징용 피해배상금을 한국 기업 대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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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안되는 강제징용 피해배상금을 한국 기업 대납안

2023년 1월 5일, JTBC에서 곧 공식화될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결과 관련해 정부가 일본의 사과 요구 수준을 낮출 것이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는 2023년 1월 13일 외교부가 국회에서 개최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공식화되었다. 민법상 제3자의 변제로 해결하자는 것이다.일본 기업이나 정부에서 현재 배상을 거부하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으나 우리 정부측에서 먼저 한 발 물러선 입장을 표한 것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이 2018년 대법원에서 한 차례, 2019년 재차 대법원에서 승소한 판결을 두고 일본 기업이 배상에 응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는 일본기업이 져야할 책임을 두둔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실질적으로 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해주지 않는 이유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에게서 온전하게 배상조차도 받지 못한다면 피해자들이 바라는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의 태도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희상 전 의장은 윤석열 정부의 방안에 원론적으로는 찬성하나 여야 합의와 국민적 동의, 피해자 동의를 전제로 한 입법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일본 전범기업들이 배상금 형식이 아니라 성금 형식이라면 기꺼이 돈을 낼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가적으로, 요미우리는 “일본은 한국에 반도체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 전 한국이 WTO 제소를 취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 측은 규제 해제와 WTO 제소 취하가 거의 동시에 이뤄지면 수용 가능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2023년 3월 7일 강제동원 피해자 측, 시민단체는 정부안 철회를 요구하면서 정부 강제동원 해법안을 규탄하는 긴급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인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도 시국선언 대회에 참석하여 정부에 철회를 요구했다. #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 등 생존 피해자를 비롯해 이미 상당수 피해자 측이 정부 안에 거부 입장을 밝혔으며, 이에 따라 피해자 대리인단은 정부 안에 거부하는 피해자들은 일본 전범 기업들의 국내 자산을 강제집행하기 위한 추심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피해자 의사에 반해 법원에 돈을 맡기는 공탁 절차를 일방적으로 진행할 경우에는 무효화하는 절차도 밟겠다고 밝혔다. 

2023년 3월13일 미쓰비시 생존 피해자인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와 일본제철 생존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는 대리인을 통해 제3자 변제의 주체가 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정부안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공식 통보했다. 재단이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피고 기업들의 채무를 변제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이며, 향후 법적 절차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 절차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2명은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을 추심하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리인단은 "미쓰비시중공업이 가진 국내 법인에 대한 금전 채권에 대한 소송인 만큼 기존에 현금화 절차가 필요했던 주식이나 특허권과 달리 경매 등 절차 없이 1심 판결에서 원고가 승소하고 가집행 판결까지 나오면 곧바로 채권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미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는 미쓰비시중공업이 보유한 특허권·상표권 압류 및 매각 결정도 받아냈으며, 미쓰비시중공업이 불복해 항고하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 기다리고 있다. 

피해자가 정부 공탁에 반발하면 대법원이 변제안의 적법성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 원칙적으로 법원 확정판결로 생긴 개인의 권리를 정부가 침해할 수 없고, 정부가 대신 변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공탁이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안의 위법 가능성이 더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대법원이 공탁의 적법성을 어떻게 판결하냐에 따라 정부안의 실현 가능 여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는 13일 일제강점기 해당 판결의 원고 15인 중, 유족 10명이 정부 해법인 ‘제3자 변제’에 찬성 의사를 밝혀 14일 중으로 판결금 지급 절차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피해자와 유족 측의 의사에 따라 정확한 현황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직접 만나 정부 안을 충실히 설명하며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계속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한편 피해자측이 작성한 배상금 수령 동의서에는 '채권 소멸'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인 양금덕·이춘식·김성주 3명 등 피해자 5명은 재단에 내용 증명을 보내 판결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13일 정부의 판결금 지급 발표 관련 “사태를 적당히 무마해보려는 허튼 수작을 당장 거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대납안은 일본 측의 주장을 수용하여, 일본 피고기업들에 배상 책임을 묻지 않고 국내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11년 가까이 이어져온 논란을 귀결시켜버렸다. 행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사법부가 내린 판결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 부대변인은 '백운기의 시사1번지'에 출연해 "대한민국 내에서 유효한 판결이고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삼권분립을 취하고 있는 현재 우리 헌법 체계 하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된다"면서 이번 대압안은 사법부의 최종적 권위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역사연구회, 역사학회, 역사교육연구회 등 총 49개 단체는 성명을 발표하고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사죄 없는 배상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과와 배상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없이 '제3자 변제 방식'으로 돈을 지급하려는 방안은 아무런 반성 없는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과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고 비판하며 "사법부의 판단을 사실상 무력화한 행정부의 결정이 삼권분립을 위반함으로써 민주주의 정신을 퇴색시키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서울대학교 민주화교수협의회(민교협)까지 성명서에서 “삼권분립의 원칙 등 헌법적 질서에 대한 존중과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일방적인 해법”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굴욕적이고 위험한 강제동원 판결 해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