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이미지는 특정 메타버스와 관련 없음>
2021년 10월 29일 페이스북이 '메타'로 회사명을 바꾸고 메타버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저커버그가 발표했다.
오큘러스의 초기 멤버이자 CTO 존 카맥도 페이스북의 메타버스와 VR 사업을 비판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앞으로 사람들의 생활을 어떻게 바꿀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이 마치 당장이라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뉘앙스로 설레발을 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용어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져왔다.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미래기술이라 소개하던 유비쿼터스는 현재 아예 사장된 단어이고 후신이라 할수 있는 IOT도 보급룰이 매우 낮다.또한 2010년대에 들어서는 전세계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떠들어대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지금 현재 우리의 생활은 2000년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최소 수십 년을 내다봐야 하는데, 메타버스 역시 동일한 호들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이미 등장한 온라인 게임, SNS, 메신저, 증강현실 등과 크게 차별화되었다 볼 수 없으며, 기존 플랫폼들을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2020년대의 메타버스 유행은 기술의 정교화 외에는 2003년의 세컨드 라이프에서 혁신적으로 발전한 것이 없는 것이 현실이며 담론적으로는 1999년의 매트릭스에서 더 나아간 것도 없다.
현실이 디지털 세계로 확장되다 못해 아예 종속되어버릴 것이란 담론은 인터넷 발명 이래 수도없이 반복된 논쟁과 상상, 창작이다. 디지털 공간에서도 사람을 사귀고, 경제 활동이 일어나고, 정치적 담론이 형성되는 것은 인터넷의 등장 이후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일상이며 이미 그런 기능들은 기존의 게임, 인터넷 게시판, 쇼핑 플랫폼, SNS 등이 충실히 수행중이다. 텍스트를 넘어서 가상의 아바타를 입는다는 것과 가상의 화폐를 사용한다는 것은 싸이월드가, 정적인 아바타를 넘어 동적 아바타를 입고 하나의 인격처럼 행동하거나 다른 인생을 산다는 것은 세컨드 라이프나 심즈 시리즈에서 이미 충분히 보여줬다. 보다 기술적으로 정교화되고 성과도 어느정도 있었던 서비스론 대한민국 게임으로만 한정해도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2 등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다.
뉴스 검색창에서 메타버스 박람회, 전시회 등 메타버스 키워드를 붙여서 행사를 검색하면 정부부처, 공공기관,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게임도 아닌데 메타버스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저질 콘텐츠를 메타버스 딱지만 붙여서 우후죽순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좋게 말하면 저비용 고효율이기 때문이고, 나쁘게 말하면 날로 먹기 쉽기 때문이다. 상술했듯 현 시점에서 메타버스는 보통 행사 용도로 활용되는데, 이렇게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실제 행사를 준비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소모된다. 가령 ZEPETO로 취업 박람회를 기획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소모되는 비용은 전기세, 서버 유지 비용 같은 잡비나 가상 공간을 꾸며야 하는 직원의 봉급을 제외하면 0원이다! 일반적인 행사에서 대관, 외주 지급, 물품 구매, 각종 수당, 식비 등으로 적으면 백단위에서 많으면 억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고효율을 보여준다.
그러나 신기술에 익숙하고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 게임을 꾸준히 해왔던 젊은 층이 이런 콘텐츠를 보면 이게 왜 메타버스인지, 이게 지금까지 해왔던 SNS나 온라인 게임과 뭔 차이인지 등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와 반대로 권력을 가지고 예산을 집행하지만 최신 유행에는 아무래도 한 발짝 늦는 높으신 분들의 시각에서는 메타버스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뭔가 트렌디해 보이고, 우리 기관(기업)이 혁신을 주도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화룡점정으로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일석 삼조 이상의 장점을 갖춘 플랫폼으로 보인다.
여기에 메타버스가 진짜 첨단 기술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실제 행사 기획보다 여러 모로 간편하며, 몸이 힘들거나 현장에 나가야 할 일이 없으며, 상부의 허가를 잘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교적 젊은 실무자들의 입장과,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비용도 들지 않는 완벽한 플랫폼이라고 여기는 고연령층 상급자들의 입장이 기가 막히게 합치되어 저퀄리티 메타버스 콘텐츠가 계속 양산되는 것이다.
홍보와 투자 유치가 용이하다는 것도 연결된다. 실무자인 기자 입장에서 메타버스라는 아이템은 트렌디하면서도 취재가 쉬운 아이템이며, 당연히 경영진 입장에서도 기업에서 주는 홍보비를 받을 수 있으므로 마다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K-', '언택트' 등 요즘 유행하는 용어와 '시공간 초월', 'MZ세대' 같은 말도 안되는 단어까지 대충 끼워넣은 양산형 메타버스 행사를 다룬 기사들이 계속 나온다. 이걸 본 투자자들도 '이게 뉴스에 나오니까 대세네.', '정부도 이걸 밀어주네.', '이게 돈이 된다면서?' 식으로 접근하게 된다.
최종적으로는 기획/제작자, 언론매체, 투자자들에게는 비용적 측면을 비롯한 여러 장점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메타버스라는 그럴듯한 용어만 붙인 양산형, 폐급 콘텐츠들이 양산되며 "우리 기관(기업)이 이 정도로 혁신적인 기술을 사용하는 트렌디한 기업이다"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실제 소비자는 이런 콘텐츠를 외면하거나 이용하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21년부터 시작된 한국에서의 메타버스의 소개를 보면 "전세계에서 메타버스가 이슈화되거나 유행이 시작되었다"라는 말들이 많지만 정작 따져보면 한국에서 이슈화되고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 말들은 마치 서양이 메타버스에 관심이 많은 듯이 언급되고 있지만, 사실상 거짓이다. 전세계 검색어 통계 서비스인 구글 트렌드를 통한 자료에 의하면 가장 관심을 보인 국가는 중국이고 그 다음이 한국, 나머지는 싱가포르, 포르투갈, 홍콩으로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유의미한 관심을 보인 국가는 거의 전무하다. 또한, 한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관심 진행이 반짝이는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10위권 밖이며, 에픽게임즈의 Apple & Google과의 소송전에 의해 로블록스가 자신을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라고 주장했을 때인 21년 4월경부터만 반짝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반면에 한국은 21년 4월 그 이전부터 언급되면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즉,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의 시작은 한국이며, 메타버스의 열풍은 전세계가 아닌 한국에서 일어난 열풍이 몇 개월 더 빠르다.
로블록스의 인기를 빗대어 메타버스의 열풍이라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거짓이다. 미국에서 로블록스가 인기가 많으니, 메타버스도 미국에서 인기가 많다라고는 할 수는 없다. 미국에서 메타버스를 로블록스로 동일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메타버스의 개념보다 로블록스라는 게임에 관심이 많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위에서 언급한 소송전에서 애플을 옹호하기 위한 로블록스의 성명 때문이지 로블록스가 주도적으로 메타버스를 끌어온 것도 아니었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꾼 것을 근거로 이제 빅테크들도 메타버스에 주력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의 사명 변경은 개인정보 유출, 혐오성 게시물 방치 폭로와 여러가지 문제점들로 인해 이미지가 나빠지자 기업 이미지를 바꾸려고 메타버스를 끌어들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당장 위 영상에서 지적하는 것도 결국 사명을 바꿔가면서 메타버스를 밀어붙이는 페이스북조차 명확하게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 한국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소개하는 사업들은 대부분 동남아 시장에서만 활성화된 것으로 아직까지 사업의 시장성도 전세계라 하기에는 과장된 시장이다. Gather Town은 대만과 한국, 제페토의 경우에는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분포를 보이며, ITZY,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같이 검색되는 양을 보면, 대부분 메타버스만의 매력보다는 부수적인 K-POP 덕분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이용자가 K-POP에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업계가 지속적인 K-POP 컨텐츠를 넣지 않으면 쉽게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정적으로 구글트랜드가 제공하는 한국에서의 메타버스의 연관 검색어는 주식과 가상화폐,엔비디아, 상장지수 펀드 등의 투자와 관련된 분포를 보인다. 즉, 메타버스는 전세계에서 열풍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투자 유치를 위해 만들어진 미풍의 시작이었고 아직까지는 전세계적인 열풍이라 할 수 있는 관심은 전무하다고 볼수있다. 미래학자나 관련 종사자들의 홍보에 의하면 열풍이란 인터넷과 앱을 대체할 정도이기 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