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바 (Cassava)는 쥐손이풀목 대극과의 낙엽 관목으로 남미에서는 '만디오카(Mandioca)', 세네갈에서는 '마니옥'이라 불리며, 길쭉한 고구마처럼 생긴 덩이뿌리 식물이다. 한국인에겐 생소하지만 고구마와 함께 열대지방에서는 중요한 식량 공급원으로, 남미 원주민들이 먹던 것이 아프리카를 거쳐 동남아로 전파되었으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주민들의 주식으로 정착했다. 비슷한 식물인 '야콘'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으나 엄연히 다른 식물이다.카사바 얌 옛날 책에는 마니호트라고도 적는데, 카사바의 속명(Manihot)이다.
콜럼버스 이전에 남미 중부에서부터 미국 남부에 이르기까지 널리 재배되던 작물로 콜럼버스 이후로 스페인인들이 상륙하면서 카사바가 전파되었다. 현지에 주거하던 유럽인들은 카사바를 그리 선호하지 않았지만, 카사바빵이 밀빵보다 보존성이 높았던 관계로 차츰 먹기 시작했고, 특히 아메리카에서 출항하는 선원들은 밀빵은 보존성이 낮아 카사바로 만든빵으로 배를 채우기도 했다. 열대작물이라 유럽에서 퍼지지 않았지만, 포르투갈인과 스페인인 상인을 통해 카사바가 전파되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동남아에서 높은 생산성으로 주요 작물로 등극했고, 중국과 인도에서도 어느정도 소비되고 있는 상태이다.
사실 채소라고 볼 수는 없고 비상시에나 써야 할 소철 급의 구황작물이다. 카사바의 덩이뿌리에는 사람이 소화흡수할 수 있는 열량원인 녹말이 다량 함유되어 있지만 감자싹에 있는 솔라닌보다 더욱 치명적인 시안계 맹독이 들어있기 때문에 절대로 그냥 먹지 못하며, 먹기 위해서는 먼저 빻거나 갈아낸 다음 흐르는 물에 여러번 헹궈내어 수용성 성분을 모조리 제거해야 된다. 아니면 불이나 고온에 익힌다든지... 세척하는 경우 그 과정에서 시안계 맹독 성분은 물론 다른 영양소도 거의 다 빠져나가고 녹말만 남게 되며, 불이나 고온에 익힐 경우 그 과정에서 시안계 맹독 성분이 열에 의해 분해되어 독성이 없어지지만 열에 약한 일부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다. 쓴 카사바 종이 단 카사바 종보다 독성이 더 강하다. 아예 독을 만들지 않게 개량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동물과 식물 모두에게 가혹한 열대에선 땅 속 뿌리에 영양분을 많이 축적하면서 이 정도의 방어기제도 없으면 거의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맹독을 가진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맹독이 있다는 점만 뺀다면 단위 재배면적당 공급 열량은 높고, 강우량이 부족해도 잘 자라는 등 식량작물이 갖춰야 할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카사바는 재배기간이 짧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과 달리, 적도 일대의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에서는 계절을 그다지 타지 않아서 그 부분은 문제없다.
따라서 이런 지역 전통사회에서 카사바의 문제점은 구황작물이 될 수 있냐 없냐가 아니라 수확한 카사바와 그 가공품이 일찍 상하는 것이었다. 감자든 고구마든 뭘 심어서 기르는 자체가 어려운 열대 아프리카에서는 최고의 식량작물이다. 게다가 덩이줄기 외에는 써먹을 데가 없는 감자와 달리 카사바 줄기는 말려서 소 등의 가축에게 먹이로 줄 수도 있어 활용가치가 높다. 유일한 단점은 위에서 언급한 독성으로, 예전에는 열대지방에 기근이 오면 카사바에 함유된 시안 중독으로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굶주린 나머지 제대로 가공을 할 여유가 없어서 무작정 생 카사바로 배를 채우려 하다가 사달이 나는 것. 19세기 아프리카를 탐험하던 유럽인들이 이걸 잘 몰라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서아프리카 같은 경우에는 서민들 밥 한끼가 바로 카사바를 갈아 물에 헹궈서 전분처럼 만든 걸 삶은 후에 식혀 양념간을 하고 여러가지를 싸서 먹는 '푸푸'다. 물론 푸푸뿐만 아니라 감자나 옥수수나 바나나도 이런식으로 먹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이태원동에 있는 나이지리아인들이 하는 식당에서 먹어볼 수 있다. 그래도 식당에서 파는 것은 달콤하거나 짭짤한 여러 반찬이나 소스가 같이 나오기에 꽤 먹을 만하지만 현지 빈민층은 그저 푸푸만 달랑 먹는 경우도 많다.
카사바 뿌리에서 추출한 녹말을 "타피오카"라고 한다. 대만식 "버블티"에 들어가는 동그랗고 말랑말랑한 덩어리가 이 타피오카로 만드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식품에도 널리 쓰이고 있는데, 보통은 가공식품의 점성을 올리는 증점제, 양을 늘리는 증량제나 술의 원료 등으로 쓰인다. 특히 한국의 소주업체들은 예전에는 주로 고구마 전분을 발효시켜 에탄올을 만들고 증류했지만 요즘은 거의 99% 타피오카를 원료로 주정을 만든다. 즉, 희석식 소주의 원료라고 할 수 있다. 부가물 라거를 만들 때 사용하기도 한다. 흔히 시중에서 판매 되는 생면류는 쫄깃한 맛을 내기 위해 반죽할 때 밀가루 100kg당 10~15kg 정도 비율로 타피오카를 첨가한다.
외국에선 이 카사바를 얇게 썰어 물에 담궈놨다가 튀긴 카사바칩을 감자칩 대신 먹는 경우도 종종 있다. 카사바가 주로 재배되는 아프리카나 중남미, 동남아 여러국가에서 간단한 주전부리나 술안주로 인기가 높다. 한국에도 피자헛 샐러드바와 KFC, 스테프 핫도그, 바른치킨 등에서 이 카사바칩을 먹을 수 있는데,감자칩보다 칼로리가 낮아서 다이어트 식품(감자칩 대용)이나 맥주 안주로 쓰인다. 식감은 먹어본 사람에 따르면 감자칩과 비슷하거나 더 바삭바삭하면서 담백한 맛이 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청우식품에서 2015년부터 유카칩을 만들어 판매중이다. 달달한 맛도 나고 꽤 맛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잎도 삶아서 밥과 함께 먹는다. 대표적인 인도네시아 음식인 빠당 음식에는 항상 포함이 되어 있다.
카사바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안전하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적절한 조리: 카사바는 적절하게 조리되지 않으면 유독성을 띠는 시안화물을 생성할 수 있다. 따라서 카사바를 섭취하기 전에 꼭 적절한 방법으로 조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껍질을 벗기고, 물에 삶거나 구워서 섭취한다.
식이섬유 섭취: 카사바는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소화기능을 개선해주지만, 너무 많은 카사바를 섭취하면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적당량의 카사바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뇌막열병: 카사바는 뇌막열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를 함유하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카사바를 섭취하기 전에 꼭 적절한 방법으로 조리하고, 신선한 카사바를 선택해야 한다.
당뇨병: 카사바는 당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고혈당이나 당뇨병 환자는 섭취에 주의해야 합니다. 적당량의 카사바를 섭취하고, 혈당 수치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주의사항을 잘 지켜 카사바를 섭취하면 건강에 이로울 뿐만 아니라 맛도 좋아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