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만든 애플파이를 맛 본 고든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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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만든 애플파이를 맛 본 고든램지



고든램지는 평소에 친절하고 유쾌하며 사려깊은 사람으로, 예의를 지키면서도 격의 없이 사람을 대하며 농담도 잘 던지면서 분위기를 잘 맞추고 띄울 줄 안다. 하지만 '주방 안에서의 셰프 겸 요식업 경영인(+ 사업가) 고든 램지'는 완전히 다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야말로 활화산같은 인물로, 매우 엄격하고 180도 다르다.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는 수준인데, 특히 최고의 셰프를 뽑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헬스 키친에서 그 불같은 면모를 확실히 보여준다. 요리한 것이 수준 미만이면 몇 번이고 다시 만들게 하며,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폭언, 욕설과 갈굼을 난사한다. 일각에서는 욕을 하며 화를 낼 때는 그야말로 퍼거슨 감독의 드라이기가 생각난다는 평. 'Fuck'이 들어가지 않으면 말을 못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일부 시청자는 폭언에 익숙해져서 주방 밖 평화로운 장면에서 위화감을 느끼기도 한다. 때문에 영국에서는 'F Word'라는 제목의 요리 잡지와 TV 요리 프로그램까지 맡게 되었다. 오죽하면 헬스 키친의 한 참가자는 고든 램지 하면 떠오르는 대사를 세 개 읊어보라 하자 "나가", "꺼져", "덜 익었어!"를 꼽았다.

이런 언행은 고든의 인격이나 성격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요식업계 주방 자체의 특징에 가깝고, 본인의 기질도 당근과 채찍을 오가며 아랫사람을 휘어 잡는 스타일의 리더이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특히 고든 본인이 세계적 규모의 레스토랑 비지니스를 운영하는 수준급 사업가이며, 입문 과정서부터 전통적인 도제 방식으로 교육받은 정통파 요리인이기에 맛에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100%라 해도 좋을 정도로 유명한 요리사는 배울 때도 엄하게 배우고, 가르칠 때도 엄하게 가르친다. 특히 호텔 레스토랑이나 파인다이닝 같은 경우라면 더욱 엄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욕을 안 하고 싶어도 안 할 수가 없다. 요리사라는 직업은 사고의 위험이 높은 칼과 불을 직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요리사 개개인과 식당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며, 식재료의 보관이나 요리 과정에 잘못이 생기면 그 결과물이 고스란히 손님의 입 속으로 들어가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먹는 것을 다룬다는 것이 이 때문에 어려운 것이며 소홀히 다루면 당연히 안 된다. 그리고 잘못되어 맛 없는 음식이 나갔을때 손님의 비난은 오롯이 주방장이 책임진다. 신참이 칼질을 잘못해서 모양이 안나와도 욕먹는건 이름 걸고 요리를 내온 주방장이다. 그러니 식당과 주방장의 신용을 위해서는 주방 전체가 주방장의 한마디에 칼같고 실수없이 돌아가는 군대, 공장 수준의 명령전달체계가 필요하다. 주방장이 엄하고 날카로울수록 음식에 집중하게 되고, 주방장이 안전과 맛을 중요시한다면 당연히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강레오와 에드워드 권이 증명했다. 이들은 주방에서는 욕을 기관총 쏘듯이 난사하는데다, 요리를 배우면서 그대로 영어도 배운 나머지 모든 회화에 욕이 자연스럽게 섞였다고 한다. 최현석 셰프도 주방에서는 욕을 아주 찰지게 한다. 요식사업가 백종원도 방송할 때는 그나마 언어를 순화시키는 거지 스스로도 방송이 아닌 주방 실무를 할 땐 입이 험해진다고 인정했다. 사실 언급된 이 셰프들 뿐만 아니라 유명 셰프들은 욕쟁이들인 경우가 허다하다. 고든 램지는 방송으로 유명세를 탄 그들의 대표주자이자 시초격 인물로 볼 수 있다.

고든의 평가는 거칠고 모욕적일 지언정 남녀노소 관계없이 공정하며, 요리 상태나 실력 등 오직 사실에만 기반한다. 또한 실수가 나면 불같이 화를 내지만 뒤끝이 없고, 성과가 마음에 들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요리에 대한 평가가 공정하므로 도전자와 시청자가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TV에서 화끈하게 욕을 구사하는 모습만 보면 자극적인 내용만으로 승부를 보는 식당 경영 리얼리티 TV쇼의 쇼맨 정도로 밖에 안 보이지만, 관찰하다 보면 성격, 중시하는 부분, 조언이 철저하게 기본기를 강조하는 정석 중의 정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요식업계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 볼 때에는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키친 나이트메어에 나올 정도로 기울어진 레스토랑이라도 셰프의 경력을 매우 깔끔히 인정해준다. 그래서 10년,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셰프의 레스토랑이 망하고 있다면 상당히 의아해 하거나 셰프 본인의 외적인 사연으로 실력발휘를 못하고 있다면 매우 안타까워 한다. 그런 경우에는 오너를 겸임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거나 대놓고 프로페셔널 정신을 창밖으로 내다버리지만 않는다면 셰프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는 않는 편.

그 대표적인 예가 호텔 헬 시즌1의 키튼 호텔 쉐프인 브라이언과, 키친 나이트메어 영국편의 런어웨이 걸의 쉐프인 리처드의 경우. 전자의 경우에는 오너가 제멋대로 메뉴에 음식들을 마구 추가해서 디너 서비스를 하는데 메뉴가 150가지에 달했다. 당연히 쉐프는 한계까지 갈리고 지쳐있는 상황. 그리고 후자의 경우엔 경영 방법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면서 독선적이고 무능한 방식을 고집한 탓에 동창친구였던 리처드를 고용했음에도 2년이나 자긍심과 자신감을 깎아먹는 짓을 저질렀다. 심지어 리처드는 10년 동안 요리를 독학하여 수준급의 실력을 지녔음에도 사장에 의해 평가절하를 강제로 당하는 중이며 고든 램지가 찾아오지 않았으면 진작에 절연과 동시에 쉐프일을 때려치우려 했을 정도로 관계가 험악해져 있었다.

요리를 하는 사람이 재료에 별반 반응이 없을 때에도 화를 내는 편이다. 요리사로서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가지고 상상력이 없다는 걸 프로답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듯. 일례로 키친 나이트메어에서 근처 과수원에서 따온 사과 한 바구니를 보여주는 데 셰프가 "사관데요."하면서 멍 때리자 엿먹이지 말라고 한 적이 있으며, 헬스키친 시즌 10에서 생선이 오버쿡되어서 "xx, 와서 쳐 먹어봐"하는데 거기에다가 생선인데요?라는 생각없는 답변을 하는 블루팀 요리사에게 바로 GET OFF(꺼져)을 외치는 등..

다만 상황에 따라서는 화를 최대한 참기도 한다. 이를테면 요리사가 요리 외적인 문제로 인하여 무너지거나 요리로부터 마음이 떠났다면, 요리가 아무리 개판이어도 화를 내지 않는다. Mike&Nelly 에피소드의 마이크는 아버지 넬리를 잃고 침울한 상태에서 요리까지 망치고 있었는데, 고든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마이크의 두 딸로 하여금 아버지에게 용기를 북돋는 일부터 먼저 한다. 내부에서 분쟁이 많이 일어날수록 고든은 화를 내지 않으며, 점잖게 지적하기만 할뿐 모욕은 최대한 자제한다. 이미 충분히 혼란스러운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면 안 되기 때문이다. 어떤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을 다루는 에피소드에 등장한 부자는 틈만 나면 싸우고, 말리는 어머니는 복장이 터지는 중이었다. 고든은 이를 심각하게 보며 이 레스토랑은 요리적인 측면에서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그것을 알아야 한다며 부자지간을 화해시키기까지 했다. 또한 충고만 분명히 할 뿐이지, 요리 외적인 부문, 감정, 성향을 비롯하여 확실하게 존중할 부분은 존중한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이 요리사로 일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친절하게 어떻게 요리해야 맛있는지를 가르쳐주지, 이딴 것도 못 하면서 왜 요리하냐고 무시하는 일도 없다. 즉 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은 압박하고, 의지를 잃고 길을 잃은 사람에겐 친절히 도움을 준다.

키친 나이트메어에서 때때로는 고든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의뢰주의 아이디어를 무시하고 압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건 고든 램지가 장사가 안 되는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보는 문제점들이기 때문이지 존중을 하지 않아서는 아니다. 사실 빡치는 것도 당연한데, 그게 진짜 먹힐 아이디어면 키친 나이트메어나 호텔 헬에 나올 이유가 없다. 장사가 잘 될 테니까. 고든 본인도 상당한 노하우를 쌓아온 사업가이기에 강압적일지언정 조언 자체는 정확하다. 그리고 이 꼴을 보고 분통을 터뜨리는 결정적 이유는 말은 아이디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오너 및 셰프들의 '변화를 거부하려는 핑곗거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콜로 테아트로 편에서는 프랑스에서 채식주의자 식당은 불리하다는 말을 하지만, 식당의 콘셉트을 존중하여 고기 요리는 끝내 추가하지 않고 육류를 즐겨먹는 사람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매콤한 채식 요리 메뉴를 추가하고 우유, 치즈, 초콜릿 요리를 만드는 선에서 끝냈으며, 다른 식당에서 육류와 채소가 구분이 어렵게 섞이는 요리가 등장할 경우, '채식주의자들도 있다.'며 항상 강조한다. 루비 타이츠에서는 정신없는 미술품 장식을 철거하게 만들지만, 의뢰주가 유일하게 그 부분만 민감하게 받아들이자 독설은 자신의 스타일이라 설명하면서 더 중요한 가치를 미술품이 아닌 의뢰주 자신과 식당에 두라고 차분히 설득한다. 즉 이야기가 통하는 상대에게는 정확하고 철저하게 설득하고, 바꾸지 않아도 개선 가능한 부분은 가볍게 언급만 하고 넘어가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