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스님들의 사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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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스님들의 사찰음식

원조는 누군지는 모르나 출가 후 속가의 피자를 그리워한 한 불쌍한 스님이 피자를 먹기 위해 사찰식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스님들이 먹어야 해서 육류와 오신채를 배제한 것이 특징이다.

우선 도우부터가 다른데, 감자를 삶아서 으깨어 도우를 만들거나 감자를 갈아 소금간을 한 이후에 천으로 물을 짜주거나 감자를 갈아 감자전으로 도우를 만든다. 감자전을 만들어서 하는 경우엔 사찰음식 연구가인 홍승 스님의 말을 인용하면 도우가 질어 손으로 집기 곤란하므로 젓가락 사용이 필수라고 한다.

이후 케찹이나 토마토를 갈아 꿀과 섞은 소스를 바르고 소금간을 해준 이후에 야채로 토핑을 한다. 오신채가 들어가지 않은 백김치나 사찰식 김치, 온갖 야채를 버무려 얹고 피자 치즈를 뿌려 굽는다. 경상남도의 금수암에 있는 대안스님이 개발한 방식은 피자치즈 대용으로 마를 갈아 치즈처럼 걸쭉하게 만들어 쓴다. 마를 사용한 피자는 인스턴트 피자에 비해 소화가 잘 된다고 한다. 토핑으로 야채만 쓰다보니 여러 다양한 야채들이 쓰이며, 그 중엔 연근 피자, 햄 대신 당근을 동글게 썰어 얹은 사찰식 페퍼로니 피자도 있다. 최근에는 콩고기도 많이 사용된다.

치즈도 대용을 쓰는 건, 스님 중에도 입맛이나 알레르기 혹은 유당불내증 등을 이유로 유제품도 먹지 않는 스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유제품은 딱히 금지할 이유가 없다. 석가모니의 일화 중에, 거의 곡기를 끊는 엄격한 수행을 하느라 고생하다가 이런 건 고통만 줄 뿐 깨달음을 얻기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닫고 지나가던 아낙네 수자타가 공양한 타락죽을 먹어 몸을 보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불교계에서도 우유나 유제품은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 사실 동북아 사찰음식에 유제품이 별로 없는 것은 불교의 원산지인 남아시아와 다르게 우유가 귀하고 너무 비싸서 대다수 대중들에겐 익숙하지 않았고 또 스님들 중에도 유당불내증인 인원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석가모니는 자신의 육식을 위해 동물을 죽이는 것은 금지했지만 기왕 잡은 고기를 공양받은 것은 금지하지 않았다. 일반 민중이 먹고 남긴 것을 받는 탁발에서는 승려가 살생 행위를 범한 게 아닐뿐만 아니라, 승려에게 주기 위해 일부러 살생 행위를 범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받은 것이다. 육식을 금지한 이러한 맥락을 무시한 채 일괄적으로 육식을 금한 건 사실 불교사적으로 보면 동아시아에 전파된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오히려 남아시아나 동남아시아 지역의 불교에서는 육식을 금한다면서 탁발받은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을 더 금기시한다. 애초에 남한테 밥 달라 하면서 메뉴는 가리는 게 더 웃기니까. 동북아시아 사찰은 탁발 대신 사찰에 귀속된 토지에서 농사를 지었기에 메뉴를 가릴 여유가 있었다.

육식을 불교에서 금지시키는 성향은 중국 남북조시대 양무제가 육식을 금지시키는 법을 만든 영향이 동아시아 불교에 퍼졌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육식을 금하지 않았다. 스님이 아닌 단순 불교 신자들은 육식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스님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워낙 불교=육식금지 인식이 세간에 깊게 박혀있어서 괜히 땡추 이미지 뒤집어쓰지 않으려고 육식을 금하고 있다. 그나마 요샌 이런 사실이 옛날보단 잘 알려진 덕에, 위 금기에 해당하지 않은 고기들을 대놓고 먹는 젊은 스님들도 늘고 있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즉석 교리 강연을 하는 것으로 무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