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과 농협주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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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금융.경제

농협과 농협주유소



농협은 공정자산 기준 60조원으로 국내 대기업집단 서열 9위에 해당한다. 총자산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수준인 600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는 자그마치 29개사다. 조직이 워낙 방대하고 자산이 많다보니 중앙회장은 '농(農)통령'으로 불리기도 한다.

시골에 갔다가 문을 닫은 주유소를 보았다. 기름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시대가 저물고 있으니 어쩌면 낙엽이 지고 겨울이 오듯 이또한 우주의 섭리가 아니겠나 싶다. 그런데 의아한 점이 한 가지 있다. 그 옆 식당엔 차도 사람도 많은데 왜 주유소는 문을 닫아야 했을까.

식당에서 간짜장을 맛있게 먹고 나오면서 주인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조금 내려가면 농협주유소가 있는데 죄다 농협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다. 이 동네 사람 거의가 농협 회원이다.”

세상은 점점 돈이 만능해결사인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노동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이미 구석기 시대가 되었고 자본이 돈을 버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기조로 경제란 바퀴가 구르면 결국엔 최상위 포식자 한 사람이 모든 부를 독점하게 되지 않을까.

대기업이 두부, 콩나물에도 손을 대고, 새로운 시도와 연구 대신 중소기업이 어렵사리 일궈낸 성공을 손 안대고 코 풀 듯이 가져가는 게 현주소이다. 농협이 주유소 사업을 할 이유가 있기라도 한 것일까.

토끼들 풀밭에 공룡이 들어오면 어떻게 되겠나. 그렇다고 소비자가 더 행복해졌나.

소상공인들의 고충이 나라나 경제 상황 때문만은 아니다. 골목까지 잠식한 대기업의 모세혈관을 생각해보자. 마트도 음식점도 찻집도 영화관도... 우리가 어렸을 적과 비교하면 자영업은 거의 몰락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점포도 자영업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허나 엄밀히 따지자면 그건 순수한 자영업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재화의 총량을 가지고 따졌을 땐 분명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가는 재화의 비율이 예전보다 훨씬 줄었을 것이다. 오늘도 또 내일도 남은 빵 중에서 한 개는 늘 위에서 가져가니 상자 안의 빵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오늘은 100개였지만 내일은 99개, 모레는 98개... 점점 줄어든 빵을 우리는 여전히 똑같은 머릿수로 나누고 있으니 배가 고플 수밖에.

현명한 소비란 무엇일까. 적정한 댓가란 어느 만큼일까. 가성비가 좋다라는 말이 꼭 좋은 말일까. 다 같이 잘 살려면 우리가 어떤 제도를 고치고 어떤 방법으로 지출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해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