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부터 러시아가 러시아군 92,000명을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집결시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사건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소련 시기 이후 유례없이 예비군 수만 명을 소집했으며, 예비군들은 전술 대대가 침공한 지역으로 투입되어 해당 지역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쪽도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 대놓고 전쟁 준비를 보여주면서 긴장을 고조시킨 건 굉장히 이례적이다.
2021년 4월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러시아군을 집결하면서 위기를 고조시킨 바 있다. 당시 주유럽 미군 사령부조차 별다른 일정 없이 전례없는 대규모 병력 이동에 촉각을 기울여 우크라이나 상공에 글로벌호크 정찰기가 상시 비행하는 등 관측태세에 들어간 바가 있는데, 12월 현재 그를 뛰어넘는 규모의 병력이 집결하는 것을 보아 군수물자 이송 훈련이었던 모양. 당시에도 전차같은 단순 공격수단 뿐만 아니라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대공레이더, 방공 미사일 S-300/400, 대포병 레이더가 대규모 배치되었던 바 있다.
만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어질 경우 제2의 크림 위기, 돈바스 전쟁의 확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단 러시아에게 있어서 우크라이나의 입지는 매우 중요하다. 서방국가로부터 완충지대가 필요하고 흑해를 통해 해상으로 영토 확장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림 반도를 합병하고 돈바스 전쟁을 후원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현대 국제 사회에서는 방어전쟁 이외의 전쟁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으므로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안전 보장에 대한 약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행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예를 들어서 90년대 우크라이나의 핵무기를 파기하는 것을 조건으로 미국은 안전 보장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이행되지 않았다.
한편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부터 무리하게 철군하는 바람에 러시아가 대놓고 대군을 집결시킬 수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즉, 러시아는 2021년의 아프간에서의 사태를 통해서 미국의 국제 분쟁 개입의지가 낮다고 판단했고 이에 맞춰 기회를 노리고 행동에 나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미 정부 성명은 항상 대응하겠다라고 말은 해도, 경제 제재만을 운운하지 군사적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은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군사 개입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돈바스 침공 이후 러시아의 경제는 제재로 인하여 확실하게 위축되어 한동안 위태위태해진 전례가 있었다.
문제가 되는 점은 그 전에도 러시아가 경제제재 경고를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기어이 동우크라이나를 쳤다는 점에 있고, 한 번 한 짓을 또 못하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푸틴 정권은 현재 계속된 실정으로 점점 터져나오는 내부 볼멘소리에 골이 썩는 상황이고, 이 때문에 외부로 눈을 돌리려고 일부러 안보 이슈를 터뜨릴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1990년대 초 미국은 소련의 고르바초프에게 독일이 통일될 때 나토와 미국은 동유럽으로 동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993년부터 구 동독 지역에 나토군이 주둔하게 되었고, 폴란드를 시작으로 동유럽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하기 시작한다. 선제적으로 상호 간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상단의 러시아의 침략주의를 비판하는 논리 중 동유럽 국가들 당선국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으니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현실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극히 규범적인 주장이다. 세상 그 어떤 나라도 자국 국경에 인접한 국가가 비우호적이거나 자기의 적국이라 판단되는 나라에 우호적인 나라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역사적 사례로 봤을 때 쿠바 미사일 위기, 피그만 침공, 그레나다 침공 당시 미국이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 상기해보면, 동구권 국가들과 발트 3국은 모두 EU와 NATO 회원국이며 핀란드와 스웨덴은 사실상 미-러 사이에서의 중립 정책을 폐기하면서 러시아는 충분히 서방에 의한 피포위 심리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또한 미국은 이미 2008년 부쿠레슈티 나토 정상회담 당시에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불필요하게 러시아를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프랑스와 독일의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하려 들었고 결국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모스크바까지 직선거리로 단 500Km도 안 되는데, 러시아는 국가적 역량과 교통 요점 모두가 모스크바에 몰빵되어 있어 모스크바 함락시, 국가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하는 러시아로써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사항이다. 거기에 독일,우크라이나 전까지는 카르파티아 산맥으로 좁게 형성되있다가 두 국가부터는 모스크바까지 평야 지형으로 이루어져있어서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껄끄러워지게 된다. 나폴레옹과 2차대전 당시 소련이 전투를 회피하면서 지연전으로 종말 공세점을 유도 했던 이유기도 하다.
또한 일부 사람들은 '나토의 동진 금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는데, 옐친이 나토의 동진을 묵인해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모스크바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나토와 러시아가 조약을 맺었다. 일명 나토-러시아 건국조약이라고 하는 것으로, 이 조약에 따르면 비NATO국가가 러시아를 침공할 때 NATO는 러시아를 도와야 하는 것이지 공격적 태세를 유지해서는 아니 된다. 2008년의 남오세티야 전쟁은 러시아가 공격당한 피해자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조지아 영토에 본격적으로 들어서자 나토의 연합함대는 흑해로 집결해 러시아를 압박하기 바빴다. 러시아의 위기 의식은 여기서 초래된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 EU와 NATO에 대해 호의적으로 나왔던 러시아가 반EU, 반NATO로 전환한 데에는 이 조약과 남오세티야 전쟁이 이유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를 앞세운 미국, 영국, EU와 러시아 사이에서 일방적으로 휘둘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역시 나름 러시아와 나토 사이에 껴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중립정책을 썼다.
그러나 어정쩡한 정책으로 이어져 오히려 서방이나, 러시아나 전부 신뢰도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유로마이단으로 인해 결국 아무 편 없이 혼자 반러 쪽으로 기울면서 결국 미국, 영국, EU이 우크라이나를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 러시아의 침공 위기 맞게 된 것 또한 이번 우크라이나 위기의 적지 않은 원인 중 하나다.
냉전 시기 북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소련과 국경을 맞댄 핀란드 역시 소련과의 충돌로 전쟁까지 치루었고 안보 위기에 처할 뻔 했지만 파시키비 총리의 외교 전략과 친미, 친영, 친서방 전략을 통해 국가를 지켰다. 소련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과 협력하고 같은 북유럽 국가들과 연대하는 방식으로 갔다.
비슷하게 소련 해체 후 나토와 러시아, 이란, 아르메니아 사이에 낑겨있는 신세가 되어버린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때 털리고 나서는 터키와 이스라엘이라는 자기 편을 확실히 만들어 놓았다. 결국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시기 빼앗긴 영토를 다시 수복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미국, 영국, EU와 러시아 사이에서 애매한 자세를 취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러 - 친미, 친영, 친서방으로의 변동이 매우 심했기 때문에 어느 쪽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흑토지대에 있어 밀농사로 유명한 우크라이나라지만, 이 나라의 실제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는 러시아가 서방의 EU에게 공급하는 천연가스관 중간 통행료이다. 2008년 말 유럽 전역을 강타했던 천연가스 동결 사태도 시작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가 분쟁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는 연 수십억 달러의 통행료는 물론 천연가스 공급 가격 조정 요구를 러시아에 수시로 해왔고 이로 인한 분쟁이 잦았다. 미국은 이 문제에서 계속 우크라이나 편을 들면서 러시아를 견제하고, 미국 셰일가스를 서유럽 국가들에 팔기 위한 압박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 때문에 한번 쎄게 추운 겨울을 맞은 독일은 안정적인 가스 공급선 확보를 위해 미국, 노르웨이, 캐나다나 중동에서 수입하는 절차를 진행하면서도 동시에 러시아에 접촉해 발트해를 통한 천연가스 수출선인 노르드스트림을 개통했고, 그 것으로도 8천만 독일의 에너지를 책임지기에는 부족해서 증설을 요구했다.
그에 따라 건설 중인 러시아의 신규 독일 천연가스 수출선인 노르드스트림 2의 개설을 지속적으로 저지한 국가가 미국이었다. 이번 위기에서 독일이 서유럽 국가들 중 유난히 우크라이나에게 부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 노르드스트림 2 사업 때문이다.
이 문제에는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과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이 연결되어 있다. 헌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통행료 수익을 넘어 중개무역, 또한 우크라이나 내에서 발견된 신규 천연가스전의 개발 등에 관여해왔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부리스마 홀딩스의 이사였던 헌터의 가장 강력한 뒷배가 조 바이든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이 해임되고 여전히 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법원에 기소되어 있는 상태다.
우크라이나 정치 자체가 문제인 것이 어중간한 중립이라는 명목 하에 국력 대비 어중간한 정치적 스탠스를 취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사실 이 문제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지리적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다.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예프를 따라 남쪽으로 흐르는 드네프르 강을 가운데로 동서가 분단되어 있는데, 서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계가 5% 대에 불과한 우크라이나계 강세지역이고 공업지대인 동부 우크라이나는 국경 지대로 가면 갈수록 러시아계가 늘어나면서 돈바스 지역은 거의 25% 대에 이른다.
국토 전체를 볼 경우 17%의 러시아계가 있지만 이들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충분히 문제가 되고 있었고, 이 때문에 항상 친러 정치 세력으로 인한 정치적 갈등이 있었다.
냉전 해빙기 때는 친서방 외교 노선을 추진했다가 나중에는 친러 성향으로 전향했다. 그리고 유로마이단 이후로는 또다시 친미로 전향하고, 국내 정치에 따라 외교전략이 자주 변경되어 오면서 지켜줄 편이 없어져 버렸다.
당장 NATO가 군사 개입을 안한다는 얘기는 우크라이나가 NATO 회원국이 아니라서이기도 하지만 중국에는 항상 강경론을 고수하며 전 세계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TSMC을 포함한 각종 IT, 전자산업이나 이를 받쳐주는 화교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대만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주요 수출 산업 역시 부족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자체도 NATO에 대한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상태에서 러시아에게는 서방이 우리 편이라고 외치며 이미 NATO의 동유럽 영향력에 대한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를 지속적으로 자극해왔기에 편을 쉽게 바꾸는 국가를 위해서 자국민의 피를 흘려가며 희생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현실적 정치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당시 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지자 러시아가 돈바스에 개입할 때 미국, 영국, EU는 굉장히 소극적으로 일관했고 지금도 소극적인 물자지원을 제외하면 군사 개입을 매우 꺼리거나 외면하는 난감한 실정이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싸운다는 의지가 있는 듯 하나 정작 NATO 가입이나 EU 가입을 거부하면서 반복적으로 자기들 싸우겠으니 미국, 영국, EU가 지원해달라 러시아가 개입하면 군사 개입을 해 달라고 우기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인데도 내부의 분열로 인해 제대로 된 정치적 선택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내부 사정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