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3일 동유럽 표준시로 오전 7시 40분 경, 파나마 선적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그린호가 수에즈 운하 내에서 좌초되어 운하가 양방향 통제된 사고다.
에버그린호는 말레이시아 탄중 펠레파스 항에서 출발하여 3월 3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중 수에즈 운하의 입구에 위치한 수에즈 항구를 경유한 뒤 현지 시각으로 3월 23일 4시 17분에 수에즈 항구에서 출발하였으나 원인을 모르는 어떤 이유로 7시 40분에 수에즈 운하 남쪽 수로 중간 구간에서 좌초하였다.
해운물류기업 GAC는 "진입하던 중 갑작스러운 강풍을 맞아 수로를 이탈했고, 북쪽으로 방향을 틀다가 좌초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집트군이 예인선과 굴착기로 끌어보러 시도했으나 전부 실패했다.
2021년 3월 25일에 예인해보고자 시도하였으나 썰물 때문에 작업이 길어졌다. 바닷물이 최대 수위가 되는 28~29일은 되어야 예인작업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스미트 샐비지(Smit Salvage)'와 일본의 '닛폰 샐비지(Nippon Salvage)'를 구난업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도 자문단을 파견해 구조 작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3월 27일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 오사마 라비 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전날까지 준설선을 동원해 뱃머리가 박힌 운하 제방에서 모래와 흙 2만 ㎥ 가량을 퍼냈고 예인선 14대을 투입해 작업 중이라고 설명했다.또한 총톤수 22만 4천 톤에 달하는 배의 엄청난 무게를 줄이기 위해 평형수 9천 톤도 뺐다고 밝혔다. 좌초 원인에 대해서는 "강한 바람이 주요 원인은 아니며 기계 또는 사람의 실수가 사고의 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 시간으로 3월 28일, 예인선단이 좌초된 에버 기븐호를 2 인치(5 cm)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좌초된 선체가 일부 물에 떴으며 배의 방향도 바뀌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2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선박 위치정보 서비스업체 등이 제공한 위치 정보를 보면 선미 부분은 수로 한가운데로 이동했지만, 선수 부분은 여전히 제방 쪽에 치우쳐 있다.
일단 위 움직이는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역사상 둘도 없을 최대 규모의 운하 봉쇄 사태라서 수십여 척의 운송선박들이 대기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고 그 대기 선박의 규모도 연합 함대에 버금가는 크기라서 비행기로 비행하면서 촬영하였다.
중형선도 아닌 초대형선인 에버 기븐호가 운하 출입구도 아닌, 수로 중간을 가로로 떡하니 막아버리는 바람에 운하가 양방향 통제되면서 지중해(북쪽 출입구), 홍해(남쪽 출입구) 양쪽에서는 발이 묶인 선박 200척 이상이 닻을 내리고 대기 중이다. 이에 화가난 한 선주는 항로로 뻐큐를 그리기도 했다.
이집트 당국은 예인선이 에버 기븐호를 인양하기까지 최소 이틀은 걸린다고 내다보았고, 선박 주변의 모래 등을 퍼 올리는 데에만 며칠은 걸린다고 예상하였다. 일대 물동량이 한동안 병목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수습하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 전 세계의 원유(유조선) 및 가스(LNG선) 공급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이미 운하가 통제된 지 단 이틀 만에 세계 유가가 6%나 오르고 세계 물류의 12%가 멈춰버렸다. 게다가 일부 선박에는 생동물을 실은 만큼, 할랄 푸드같이 특정한 도축이 필요한 동물은 폐사의 기로에 놓였다.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지 못할 경우에 생기는 결과를 실제로 목도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은 수에즈 운하가 국제무역에서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를 새삼 피부로 느꼈다.
사고가 장기화되면 다른 선박들은 시간적, 비용적 손해를 무릅쓰고 계속 대기하거나,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 먼 옛날 대항해시대 시절이나 제3차, 제4차 중동전쟁 시기처럼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다만,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루트는 선박이 거대해지고 톤마일이 전근대보다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연료 또한 많이 필요해진 데다가, 아프리카 연안에는 해적 등이 활동하므로 거리와 시간 면에서 손해가 되기에 과거보다 덜 사용할 뿐, 지금도 많은 선박들이 이용하고있는 주요 루트 중에 하나다. 일례로 저유가였던 2010년 중후반 수에즈 운하 북편에 제 2 운하가 확장 건설되었음에도 희망봉으로 돌아서 가는 게 통행료 100만 달러(편도)보다 싸 운하 이용률이 줄어든 적이 있었고 이는 코로나-19의 범지구적 유행으로 인해 유가가 대폭락했던 2020년에도 예외는 아니였다. 또 2000년 후반엔 소말리아 연안의 해적을 피하려고 선박회사들이 수에즈 운하 대신 희망봉을 이용했었던 적도 있다. 그렇기에 이번 사고로 희망봉을 돌아서 가는 선박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희망봉으로 우회한다는 것을 보고 대항해시절로 회귀한다던가 대항해 시대가 열렸다던가 수에즈 운하 때문에 안 쓰던 루트를 이번에 다시 쓰게되었다니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3월 26일, 기다리다 지쳐 해운사들 중 일부는 희망봉 쪽으로 경로를 바꾸었다. 화물선뿐만 아니라 유조선(원유,LNG등등), 어선, 크루즈선들도 매한가지로 돌아가거나 강제 정박을 하는 등 본의 아니게 대항해시대가 열렸다.
3월 27일 진행상황 및 그에 따른 전 세계 타격상황
3월 27일, 대한민국 선사인 HMM는 영국에서 출발 예정이던 임시 선박 HMM 프레스티지(Prestige)호가 희망봉으로 우회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미 수에즈 입구에 들어선 데다 선사 동맹 디 얼라이언스 공동운항 체제에 들어있는 HMM 그단스크(Gdansk)호는 계속 대기한다고 한다.
3월 28일, HMM는 추가로 HMM 스톡홀롬(Stockholm)호, HMM 로테르담(Rotterdam)호 등 선박 4척이 희망봉을 우회하라고 결정했다.
시리아는 현재 내전으로 정유시설이 파괴되어 연료의 75%를 이란에서 수입하여 쓰는데, 이번 사태로 항로가 끊겨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연료배급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에버 기븐호의 선주는 수에즈 운하 앞에서 발이 묶인 배들의 선주와 수에즈 운하(이집트 정부) 측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받을 것이다. 해당 선박은 일본 MS&AD에 선체보험을, 영국 UK P&I클럽에 책임보험을 들었다고 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선박은 1억 ~ 1억 4천만 달러(1500억원)에 해당하는 보험에 가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1억 달러짜리 보험 정도로는 턱도 없다. 이미 피해액 산정조차 엄두가 안 날 만큼 규모가 어마어마할 것이 너무나 뻔하다. 당장 운하 영업중지로 생긴 피해보상만 따져도(=다른 선박들의 운하 통행료) 척당 수억 원이 넘는 데다, 다른 선박들의 항해가 지연된 보상 등을 더하면 정말 답이 안 나온다. 단순히 수에즈 운하측의 통행료 손실만 해도 하루에 약 1500만 달러 남짓이므로 이미 1억 달러는 진작에 넘었다. 그런 데다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선원들에게 있는지, 아니면 배 자체에 있는지도 큰 쟁점이다.
대만 공상시보에 따르면 이 사고로 운하를 이용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액은 단순계산으로 시간당 4억 달러, 하루에 96억 달러(약 10조 원)에 이른다.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는 대만 에버그린 해운의 장옌이 회장은 대만 교통부에 조작 오류 및 불가항력을 이유로 선박에 손해를 끼쳤다면 책임은 선주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또한 24일자의 회사 공식 성명문에서도 선주 측이 대응하라고 요구했다. 선주는 제조사 이마바리조선의 자회사인 일본 쇼에이기선이다.
이와중에 수에즈 운하 당국이 "사고 원인은 바람이 아니며, 사람의 실수이거나 기계적 결함일 수 있다." 라고 발표해서, 운영사인 에버그린해운과 선주 쇼에이기선 중 하나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되었다. 책임 소재를 두고 천문학적 수준의 보험공방이 터질 것이다. 구체적으로 해운업계부터 원자재 산업까지 이번 사고로 악영향을 받은 이들이 각자 가입한 보험사에 손실 보상을 청구하고, 이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이후 해당 손해액에 대해 에버 기븐호 선주에 구상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에버기븐호의 선주가 들어있는 보험이 겨우 1억달러 상당의 보험이기 때문에 나머지는 선주가 직접 뱉어내야 될 상황이다.
배의 유지보수 문제는 독일의 Bernhard Schulte Shipmanagement에서 관리하고 있다. 다만 선박이 노후화되지 않은 새 선박인데다가, 유지보수 관련해서 태업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이 쪽이 독박을 쓸 가능성은 적다.
수에즈 운하가 1869년 개통한 이래로 150년 역사 동안 선박 단 한 척 때문에 운하가 완전히 틀어 막힌 경우는 이 사건이 최초라고 한다. 해운산업이 발전하여 컨테이너선은 나날이 거대해졌다. 해운사 입장에서는 선박 한 척에 컨테이너를 많이 실을수록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이익이 커진다. 수에즈 운하는 갑문 방식인 파나마 운하에 비해 규격이 여유로웠다. 하지만 선박이 대형화되고 화물을 많이 실을수록 흘수선이 높아지기 때문에 살짝만 틀어지더라도 그대로 운하를 막아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이렇게 막힌 배를 치우기 위해 해야 할 작업은 선박의 무게와 부피에 비례하여 어려워진다.
웹상에서는 에버 기븐호를 다른 배로 끌거나 아예 폭파해서 길을 뚫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황당한 의견이 커뮤니티의 게시글 댓글에서 한 번쯤은 나올 정도로 흔했다. 폭파론자의 논지라면 매일 배상액이 늘어날 상황인 만큼 배를 폭파시키고 다시 건조하는게 차라리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주는 거보다 더 경제적일 거라는 것.
비용이나 시간 문제를 다 외면하고 폭파를 시도한다고 가정해보자. 당연히 현실은 게임이 아니므로 폭파해도 잔해는 그대로 남는다. 수에즈 운하의 수심은 그렇게 깊지 않고 에버 기븐호가 폭파되어 가라앉으면 물 위가 아니라 물 속에서 통행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전락하여 배가 멀쩡한 상태보다 더 처리하기 곤란해질 뿐이다.
끌어내는 것도 문제인 게, 만재배수량이 20만 톤이나 되는 배가 좌초되어 있을 때 이를 힘으로 끌어내 예인할 수 있는 예인선은 전 세계를 뒤져도 없다. 배 자체가 운하 경계에 살짝 얹힌게 아니고 15미터 가량을 파고든 상황이었고, 선체에 엄청난 숫자의 컨테이너가 짓누르고 있어 어지간한 힘으론 이를 빼낼 수 없었다. 애당초 배로 끌어서 뺄 수 있었으면 좌초된 날 바로 온갖 예인선들은 다 불렀을 것이다. 결국 좌초된 부분을 최대한 파내어 배가 스스로 나올 수 있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빠른 방법이었다.
이번 사고는 얼핏 보면 해운사들에게 악재인 것 같지만 오히려 HMM 주식은 폭등했다. 해운 물류대란과 운임 급등을 예상하여 시장에서 호재라고 판단한 것.
2ch의 넷 우익들은 그나마 온건한 쪽이 대만 책임론을 주장하며 막 나가는 이들은 한국 탓이라고 주장하는 등 황당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레딧 등에 '일본 조선업계에 한국 인력들이 많이 들어와 있고 해당 선박도 한국인들이 만든 것이니 잘못은 한국에 있다.'는 글을 올린 사람도 있다. 당연하게도 '이런 데까지 한국을 끌어들이냐?'며 어이없어하는 반응이 대다수이다.